잘 지내고 계셨나요? 오랜만에 질문을 건네러 왔습니다. 

마지막 레터 발행일을 보니 벌써 한 달이 넘었네요. 한 달 동안 무엇을 하느라 레터를 쓰지 못했을까 생각해 보면 이런저런 변명만 떠오릅니다. 마음이 너무나도 시끄럽고 분주한, 그래서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는 한 달을 보내느라 제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볼 시간을 전혀 갖지 못했거든요.

한편으론 구독자님이 보내주신 질문이 제 마음 한켠에 자리 잡고 있었어요. 보내주신 질문을 마주한 지 벌써 한 달이 넘었지만 저는 그 질문의 한가운데 머물고 있었던지라 어떤 답을 해야 할지 혼란스러웠거든요. 답을 해보려 의자에 앉아 깜박이는 커서만 바라보기를 여러 번 반복하다 오늘 문득 그 캄캄한 터널의 끝자락쯤 와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조심스레 다시 노트북을 열었습니다.

구독자 지은님이 보내주신 질문을 건네봅니다.

레터의 발행을 미룬 그즈음부터 무기력함이 몰려왔습니다. 일교차가 큰 탓, 날이 흐린 탓, 봄이 빨리 오지 않은 탓, 부족한 체력 탓, 그럼에도 운동할 수 없는 상황 탓, 온갖 탓을 하며 밀려오는 무기력함을 그대로 맞이하고 말았습니다. 잠이 쏟아지면 12시간을 내리 자버리기도 했고,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면 티비를 마냥 틀어놓기도 했으며, 입이 터진 날에는 앉은자리에서 혼자 밥 세공기를 먹기도 했습니다. 그리고는 소화불량을 호소했고요.

몸이 원하는 대로 뭐든 다 들어주었지만 제 무기력함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. 그래서 들여다보기로 했어요. 내 무기력함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요. 여기까지 글을 적은 뒤, 일기장에 마음을 털어놓고 오니 어느새 한 시간이 훌쩍 지나가버렸네요. 인정하고 싶지 않았지만 무기력함의 원인은 명확했어요. 하고 싶은 일을 끝까지 밀고 나가기 어려울지도 모르는 상황. 그리고 그 상황을 받아들이고 싶지 않은 마음. 이런 상황과 마음이 충돌해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결국 무기력함에 모든 것을 놔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 것이었습니다.

이런 상황 속에서 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 고민해 보기로 했습니다. 상황을 변화시킬 수 있는가? 없다면 그 상황을 최대한 아프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, 차근차근 적어보았습니다.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은 모두 해보고 싶었으니까요. 노력과 행동의 디데이도 정해보았습니다. 디데이까지는 무기력함에 지지 않고 일단 열심히 밀고 나가보리, 그리고 이 모든 고민 걱정의 결말은 디데이에 내리겠노라 다짐했습니다. 

일기장에 마음을 털어놓았다고 해서 답답함과 무기력함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. 하지만 더 이상 무기력, 슬럼프, 스트레스, 번아웃이라는 말로 나의 감정을 뭉툭하게 만들지 않기로 했어요. 무엇 때문에 답답한지, 무엇이 나를 이렇게도 힘들게 만드는 것인지, 부정적인 감정이 피어난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차분하게 들여다보기로 했어요. 캄캄한 터널이라고 눈을 꼭 감고 있으면 계속 어두울 뿐이지만,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며 앞으로 걸으면 언젠가는 터널 끝의 희미한 빛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요.

슬럼프를 극복하는 자기 님만의 방법이 있나요?

자기만의 대답을 들려주세요.

교환 일기장 답을 남겨주세요ෆ ⤵️